그 순간 반짝이던 의지.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다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지요. 저는 작년 이맘때 즈음 우연히 그런 순간과 마주했습니다. 사진의 최창현씨는 입으로 조종하는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지만 대구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인권집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계미년 벽두에 창현씨는 대구시청입구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들이 장애인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결국엔 우리 비장애인들의 외면이 몸이 불편한 그 사람에게 그런 과격한 행동까지 하게 만들었나봅니다. 경찰에 연행되고,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그 끔찍한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창현씨는 시장을 만나기 위해 시청진입을 시도합니다. 그를 막기위해 네사람의 비장애인들이 막아서고, 결국은 진입에는 실패하지만... 그 건장한 네사람 조차 질려버릴 정도로 십여분동안 보여진 그의 의지는 너무나 굳건했습니다. 창현씨의 모습을 보며 장애도 없는 몸뚱아리의 안위를 위해 눈치를 보았던 기억들, 작은 일을 하고도 생색내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어쩌면 그 부끄러움은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어느 여름 붉은 티를 입고 발길을 옮기다 마주한 썰렁한 여중생추모집회장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헝크러진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크게 울렸던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말이지요.
머리에꽃을
2004-02-06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