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ak-dong' 사진시리즈 2008년 12월 10일, 황학동의 낮 하늘에는 폭발음과 함께 어느 ‘기러기 아빠’의 숭고한 생명이 사라져 갔다. 그 폭발음의 진원지는 황학동의 어느 냉동고 수리 가게에서였고, 고인이 냉동고에 가스를 주입하던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변고였다. 고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인과 세 아들을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내고 자신은 고시원과 여관 등을 전전하며 땀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런 사연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였다. 고인 같은 수많은 사람이 땀으로 빛을 발현하며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터전, 황학동. 황학동의 무언가를 마음에 담고 싶은 강한 이끌림에 황학동에 묻혀 지내온 지, 어느덧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황학동의 거리는 삶의 욱복한 향기로 그윽하다. 골목에서 맞닥뜨린 사로라고 할지라도 막상 가보면 어디론가 끊임없이 연결된 황학동의 골목길은 협곡을 굽이치는 인생을 닮았다. 물살은 물녘에 결의 흔적을 남기고, 바람은 풀숲 위에 결의 흔적을 남기고, 파도는 백사장 위에 결의 흔적을 남기듯 황학동의 협곡 아래로는 삶의 무게감으로 파여가고, 협곡 위로는 삶의 치열함으로 얼룩져간다. 그 고귀한 삶의 흔적들 속에서 부끄러운 나의 나태함을 마주하게 되고, 안일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 한민족의 현대사가 오롯이 스며있는 황학동의 풍경이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미명하에 황학동엔 지금 거센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황학동이 예전 모습 그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음은, 황학동을 이루는 중앙시장, 가구시장, 기계시장, 양곡시장, 도깨비시장, 벼룩시장 등의 큰 상권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황학동의 ‘삶의 열기’가 재개발의 강풍을 막아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게 세상 물정이기에 기세등등한 불도저가 황학동으로 언제 밀고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박성영
2013-02-01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