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여름말 제주 모슬포에 있는 어느 여관방이다.
바람이 하도 심하게 불어서 못살겠다못살겠다하다가 모슬포가 되었다는 동네. 이방에서 밤새 태풍 덴빈과 함께했다.
볼라벤 끝자락에 간신히 뜬 밤비행기 타고 날아간 제주는 아직 볼라벤중이던 서울과 달리 이미 둥근달도 떠 있었다.
파도는 거셌지만.
다음날엔 날이 맑기만해서 다행이다 했지만 둘째밤에는 덴빈이라는 큰바람을 만났다.
미친 바람소리와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이닥치던 비. 속이 후련하면서도 다 뒤집어지는 것 같아서 뜬눈으로 밤을 샜다.
같이간 동행은 쿨쿨 옆에서 잠만 잘 자건만, 나는 온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혼돈속에
실컷 있었다. 저 빨간커텐을 응시하며.
아침이 되니 덴빈도 볼라벤처럼 결국 떠나고 저렇게 맑은 창밖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