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파악하는 한국 남자들은, 일단 패배자. 일단은 2등. 그게 아시아 남자들의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백인 남자 앞에서 콤플렉스를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예요. 거창하
지만 근세 이후 모든 아시아 남자들이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의 문화는 승부의 문화고
대결의 문화지만 여자들의 문화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여자들은 좀더 자유로
울 수 있는 거고 그런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는 거죠. 오히려 서양 여자들이 아시아 여자들에
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그런 거겠죠.
결국 문제는 밖에서 열등감을 느끼고 안에 들어와서는 말도 안 되는 폭력적인 전횡을 휘두
르면서 다 털어내는 아시아 남자들인 것 같아요. 그 콤플렉스가 계속 대물림되는 것이고 그
러니까 탈출구가 없는 건데… 그런 탈출구의 하나가 여성적인 거라고 생각했구요.
- 임상수 <씨네21 - '바람난 가족'을 둘러싼 삼각 혈전>,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