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알겠지만, 일본의 교통 요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범죄 수준이라 할 만큼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재촉을
받아 방대한 우편 저금을 다국적 금융 자본에 바치고는 자신의 실책으로 발생한 엄
청난 국채를 은폐하는 데 안달이 나, '우정 민영화 (우편 사업, 간이 생명보험 사업,
우편 저금 사업의 우정 3사업을 민영화하는 정책)'를 부르짖고 있다. 어지간히 조급
한지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마치 민영화만 하면 경쟁 원리가 작동해서 경영이 더욱
합리적으로 될 뿐 아니라 낭비도 없어지고 우정 3사업 요금도 인하될 것처럼 말한
다. 예전에 국철을 분할해서 민영화했을 때도 당시의 정부는 이것과 똑같은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느냐 하면 오히려 정반대다. 요금은 오르면 올랐지 한 번도 내린
적이 없고, 고가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만 좋아졌을 뿐이다. 적자인 노선은
무조건 폐지해 버린 데다 (즉 멀고 불편한 곳에 사는 약자는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서 당연히 해야 할 무료 서비스는 죄다 중지했다. 노인이나 장애인은 오지 말라는
듯 승강장에는 속속 벤치를 철거하는 한편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그 매상을 올리
기 위해 식수대도 모조리 없애버렸다.
무엇보다도 소홀히 하는 것이 이익에 직결되지 않는 안전과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의 노동 조건이라는 사실은 2005년 '효고현 열차 탈선 사고'가 증명해주었다.
- 요네하라 마리 <발명 마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