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누군가와 이별할 순간이 도래하면 엉뚱하게도
오래전 운동회 때가 생각난다. 줄다리기 시합. 청군과 백군이 동아줄 하나를 마주 잡
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그때 불현듯 한쪽에서 동아줄을 휙 놔버린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 것이 덧없다는 듯. 그럼 다른 한쪽은 어떻게 될까. 게임의 승자가 되
겠지만 그걸 진짜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임이 끝나버렸는데 누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를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