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omplay' 사진시리즈
땅 위에 어둠이 드리워지면
내면에서 잠자던 기생충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지구를 갉아먹으며 축제를 벌인다.
지구는 지금 충병을 앓고 있다.
‘Gloomplay' 사진시리즈를 작업하면서부터 꿈속에 쓰레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 몸이 쓰레기의 자석이 된 것 마냥 각종 쓰레기들이 나에게 날아들고,
음식마냥 쓰레기를 먹어야하는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몸이 찌뿌듯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은 풍성하나 인간이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망가트리는 사진들은 드물다.
하물며, 환경을 망가트리는 현장도 환호가 절로 나오게 사진으로 찍어내어
그 이면의 진실한 풍경은 실감하지 못한다.
이제 화려한 가림막을 거둬내고 암울한 풍경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을 침략하기 시작했고, 자연은 인간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지금 지구 곳곳에서는 환경재앙 징후가 속출되고 있다.
그것은 곧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픽션이 논픽션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숭배하면서, 눈에 보이는 자연 앞에서는 무례하다.
우리가 자연 속에 던져버리는 쓰레기들은 신을 향해 쏴대는 총탄이나 다름없다.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 과학기술은 신에게로 향한 테러에 불과하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내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다.
환경오염의 발원지는 우리의 머릿속이다. 인간의 무신경이, 인간을 위협한다.
온갖 쓰레기들로 뒤덮인 거리를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닐 수 있음은
그 쓰레기들의 생산자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거리에 방척된 쓰레기들이 인간의 죄라고 절절히 느끼는 어느 기업의 사장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독성물질들을 세상 밖으로 배출시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그릇된 의식구조를 뿌리 채 뽑아내지 못한다면,
자연이 우리의 그릇된 의식구조를 뽑아낼지도 모른다.
‘나하나 쯤이야!’가 아닌, ‘나하나 식이나!’가 되어야 한다.
그럴 일이 생겨선 안 되겠지만 만약, 지구가 환경 대재앙으로 멸망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번설(煩屑)한 탓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