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옥상에 올라가면 좋은 풍경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남쪽으로는 대평리의 넓은 들과 그 뒤로 감악산이 보였고, 뒤돌아서면 낮은 구릉에 옛 고분들이 보였다. 해가 지고 노을이 아름다울 때 고분의 곡선은 더불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고분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보던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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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고분군으로 명명되어진 이 고분들은 5세기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5기만 남아 있지만 지표조사를 통해 훨씬 더 큰 규모가 확인되나 대부분 도굴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발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조성된 위치와 주변에서 수습된 토기 조각들로 건립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5세기 거창은 후기 가야, 대가야의 시대였다. 대가야 가실왕 때, 우륵에게 12곡을 짓게하였는데, 그 12곡 중에 '거열'이 있다. 거열은 거창의 옛 이름이다.
어릴 적, 과수원들이 고분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고분으로 갈 수가 없었다. 철조망과 개들이 지키고 있어 먼 곳에서 그 모습을 더듬을 뿐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에 정비사업을 하였고 이제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고분이 있는 구릉으로 올라가보니 시야가 확 트인다. 고분이 조성된 시기에 대가야는 전성기와 쇠퇴기를 함께 가진다. 그들은 쇠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힘을 모을 구심점이 미약했다. 백제와 신라 틈바구니 사이에서 흔들릴 수 밖에 없었고, 연맹을 이루는 소국들은 각자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신라의 진흥왕은 이사부를 시켜 대가야를 복속시킨다.
2008. 2 거창 거창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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