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신지? 어느 개 한마리가 고개를 빼곰히 내밀어 낯선 방문객을 확인한다. 짖을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교회에서 키우는 개라서 그런지 조용히 쳐다만 본다. 우리집에서 두번째로 키운 개는 이름이 '달구'였다. 황색 잡종 진돗개였는데 훤칠하게 생긴 것이 미견(?)이었다. 잘 생긴 값을 하는건지 달구는 항상 바깥 세상을 동경했다. 한번은 아버지와 달구가 산책을 갔다가 아버지가 개줄만 들고 오셨다. 아버지는 공터에서 달구를 풀어주고 자유롭게 뛰어놀게 해주는데 그날은 아버지의 부름에도 달구가 머뭇머뭇 하더니 그냥 줄행랑을 쳤다고 말씀하셨다. 달구의 피에도 진돗개의 '충성심'이 절반은 흐를텐데 드넓은 세상이 주는 찬란한 자유를 막기는 어려웠나보다. 달구의 가출은 이틀 후 종료되었다. 달구는 거지꼴로 돌아왔는데 눈빛 만은 빛났다. 다만 아버지의 화는 오래갔고 달구는 오래 혼났다. 달구와의 산책을 떠올려본다. 새끼일 때부터 달구는 호기심이 많았다. 이것저것 훓어보고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서고 고집을 피울 때가 많았다. 다른 길로 가보자고, 더 빨리 가보자고 달구는 앞장서서 그렇게 나를 이끌었다. 달구가 그립다. 보고 싶다. 2008. 1 서울 정릉동 contax G1+G28 / e100vs http://photodrawing.net .
김현준
2012-12-14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