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대문이 대개 열려있거나 닫혀있어도 잠그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열려진 대문으로는 집안에 소리가 들린다. 이야기 하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 밥하는 소리. 어릴 적 외할머니댁에 놀러갔을 때 였다. 할머니가 밭에 가자고 해서 나가는데 대문을 잠그는데 자물쇠도 아니고 동그랗게 만 철사로, 그것도 밖에서 대충 물려놓고 나가시는 거였다. 할머니에게 이렇게 해서 도둑이 들면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도둑들 일도 없을 뿐더러, 밭일 가서 집에 없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텔레비전에서 보니 제주도의 옛날 집들은 대문은 3개의 굵은 나무가지를 걸쳐놓는다고 하는데 그 나무를 '정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낭을 하나도 걸쳐놓으지 않으면 집에 사람이 있어 들어오라는 뜻이고, 하나만 걸쳐놓으면 가까운데 가서 금방 들어온다는 뜻이고, 2개가 걸쳐있으면 조금 멀리 나갔지만 오늘 안에 온다는 뜻이고 3개가 걸쳐있으면 멀리 나가 오늘 중으로 오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열려져 있는 대문을 보니 외할머니댁의 대문과 제주도의 정낭이 생각난다. 2008. 2 거창 거창읍 contax G1+G28 / rdp3 http://photodrawing.net .
김현준
2012-12-01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