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홍차
터키 이스탄불, 2012
터키에서 가장 놀란 건 자연도 유적 아니었다.
바로 홍찻잔이다. 생김새에 놀랐고 크기에 놀랐다. 우리 찻잔 크기를 생각하면 썩 놀랄 것도 아니지만...
하루 종일 홍차를 마시는 모습에 더 놀라웠다.
처음엔 일하는 틈틈이 자주 마시나 싶었다. 하지만 홍차를 마시다 틈이 나면 일을 하는 게 아닐까...
홍차는 중탕하듯 이중 주전자에 진하게 끓여 뜨거운 물과 섞어 마신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고등어케밥이었다.
그 유명한 흔들리는 배의 고등어케밥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게다가 능숙한 솜씨로 뼈를 발라낸 뒤 바다로 버리는 모습을 보자면
언젠가는 보스포러스 해협에 고등어섬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렇게 많은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도 바닷물이 시리도록 맑고 푸르다는 데 더 놀랐던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 형제의 나라가 맞긴 맞다.
대신 갈라타다리를 건너 수산시장 공터의 고등어케밥은 그동안 먹은 외국 음식 가운데 가장 놀라운 맛이었다.
고등어의 껍질을 벗기고 세심하게 가시를 바르고 빵도 한 번 더 굽고 야채를 듬뿍 넣은 뒤 레몬즙을 짠다.
추가로 고추를 넣어달라면 넉넉히 넣어준다.
고등어케밥을 먹을 때면 늘 이 해변의 노점 찻집에 앉아 빨간 셔츠 총각이 만들어 주는 홍차를 마셨다.
한잔에 600원... 찻잔을 씻고... 데우고... 우리고... 나르고... 불을 피우고... 600원을 벌기 위해 쉴새 없이 움직였다.
물론 홍차를 마셔 가며... 그리고 다 우린 찻잎은 언제나 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