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전거, 할아버지와 자전거 유치원 다닐때였던가.. 옆집에 사는 인학이라는 친구는 여동생을 뒤에 태우고 다닐 수 있고, 보조바퀴도 양쪽에 달려있는 파란색 새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 무렵 두발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보조바퀴달린 그 파란 자전거가 너무 부러웠고 갖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시절 우리집이 넉넉했는지 조금은 부족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했던건 아버지나 엄마가 나에게 무언가를 많이 사주셨던 기억은 없다. 어릴때부터 뭔가를 조르는 타입은 아니었던것 같은데 인학이의 자전거가 너무 부러워 엄마한테 자전거 사달라고 졸랐다. 인학이랑 같은 파란색의 동생을 뒤에 태울수 있는 보조바퀴 두개 달린 자전거를.. 물론 나의 요구는 성사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고, 아부지와 엄마에게 엄청 섭섭해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대구에 다녀오시더니 자전거를 하나 끌고 오셨다. 내 얘기는 무시되고 있는줄 알았는데 엄마도 아부지한테 푸쉬를 간간히 했고 무뚝뚝한 아버지도 며칠 고민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원했던 자전거가 아니었다. 내가 타기엔 자전거가 조금컸고, 보조바퀴도 하나만 달려 있었고, 파란색도 아니고, 동생을 뒤에 태울수 있는 긴 안장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니고, 새것도 아니었다. 선물(?)을 받고도 시큰둥했고, 인학이의 자전거가 더 눈에 띄고, 친구들도 나의 새로 생긴 중고 자전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자전거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잘 타고 다녔는지... 누군가에게 물려주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운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선물은 지금 돌이켜보니 금방금방 크는 나이니까 조금 큰 자전거를 택하셨고, 보조바퀴가 두개면 나중에 보조바퀴없이 자전거를 타기 어려워할거고, 새차 사기전에 중고로 감각을 익히듯 자전거도 일단은 중고로 사주셨던 것 같다. 그런 아버지께서 어제, 22개월밖에 안된 훈민정음에게 동생을 태우고 오빠가 뒤에서 밀어줄수 있는 파란색, 타요타요, 새 세발 자전거를 선물해 주셨다. 아버지에게 고맙고, 쌍둥이에게는 샘난다.
훈민정음(訓民正音)
2012-10-16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