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소나무숲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체육관 뒷편으로 운동장만한 평지에 소나무숲이 있는데 태평양전쟁 때 송진을 채취하던 흔적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숲이었다. 햇볕이 무더운 여름에 소나무숲 그늘에서 뛰어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오고 몇년 지나지 않아 소나무재선충의 피해로 대부분의 소나무를 베었다고 들었다. 방학 때 다시 그 소나무숲을 찾았을 때 아름드리 소나무숲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소나무 묘목들이 애처롭게 심어져 있었다. 소나무숲과 연결된 유년의 기억들이 사라진 것 같아 허탈했다. 그리고 또 수년이 지나 다시 소나무숲을 찾았는데 소나무들이 많이 자랐지만 예전만 못하여 안타까웠다.
삼릉의 소나무숲을 보았을 때 유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공을 차고, 나무를 오르고, 그늘 아래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숲에서 한발한발 내딛을 때마다 점점 더 생생히 떠오른다. 혹시나 자식이 생긴다면 삼릉에 데리고 가서 나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 해주어야 겠다. 소나무향, 소나무 그늘 같은 아련하고 행복한 나의 유년을...
2011. 8 경주 삼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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