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dhpur
인도에서 매일 동트기 전 일어났다. 동이 트면 카메라 하나 달랑 어깨에 메고 거리를 걷는다. 오늘은 도시의 풍광이 한눈에 보이는 저 언덕마을로 가리다.
낮은 각도에서 따뜻하게 깔리는 태양과 인디고 블루빛의 집들이 만나니 은은한 파스텔톤의 도시가 완성된다.
신문배달부가 익숙하게 신문뭉치를 놔두고 몇장만 가지고 저쪽 골목으로 사라진다.
그리고는 수염하며 섬세하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매부리코하며 걸음걸이 하며 룽기를 올려입은 모습하며 나에게 인사하는 말투하며 기품있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신문한장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다.
난 기품있게 늙어가는 노인들을 존경한다. 한국에서 사회생활하다보면 그렇게 기품있게 나이드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걸 알게 된다. 하는 행동이 쌓이고 쌓여서 그 사람의 얼굴과 마음에 쌓이니까는, 그러니까 이렇게 하나 하나 점잖은 분들은 멋지게 사셨다는 거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신문 국제면에 있는 한국의 태풍 사진을 보여준다. 아 한국에 태풍 피해가 심했구나.
3형제가 지척을 두고 살고 있다. 큰 형은 맞은 편에 막내는 옆 집에... 평균수명이 짧다던 인도에서 이 세 할아버지 내외는 그렇게 살고 있다.
문득 우리도 언젠가는 등뒤에 산이 있고 눈 앞에 개울이 있는 그런 곳에서 할아버지와 손자와 형제가 같이 살아가던, 그런 시절이 있었더랬지라는 생각을 한다.
신문을 대강 훑어보시던 노인은 신문을 자리에 두고 화단에 가서 흐뜨러진 돌을 주워 각을 잡고는 이리로 와서 꽃구경 좀 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집 2층에 있는 안락한 의자로 가신다. 따뜻한 아침 짜이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이 사진 꼭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