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에서
PHOTO BY SKYRAIDER
2012.09.22
ROTTERDAM, NETHERLAND
오늘 입항 중, 잊을 수 없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도선사 승선시, 여섯 명의 인원이 본선에 오른다는 교신을 받고 처음엔 의아했다.
통상 도선사는 혼자 승선하거나 많아도 두, 세 명(그나마 하나 둘은 연수생)인 경우가
많은데 여섯이라니. 하여간 평소와 다른 내용을 듣고 향한 파일럿 스테이션에서 정말로
여섯명의 사람들이 본선에 올랐다. 그것도 넷은 여성에 한 명은 ENG카메라를 든
카메라맨. 알고보니 오늘 승선한 도선사 DE HAAS씨는 오늘 우리 배를 마지막으로
30여년의 도선사 생활을 은퇴하는 사람이었고 함께 승선한 네명의 여성은 그를 평생
내조해온 아내와 세 딸이었던 것. 그의 은퇴를 기념하고자 로테르담 항만은 항만 방송을
통해 그의 마지막 승선을 취재하였고 가족들은 본선의 선교에서 그의 마지막 도선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항만으로 들어가는 동안, 만났던 모든 선박들은 그의 30년을 우렁찬 기적소리로
축하해주었고 예인선들은 떼로 몰려나와 사진처럼 물을 뿌려대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밝혀주었다. 본의아니게 기념의 한 복판에 놓인 우리 역시 그와 굳센 악수를 하며
그의 마지막을 본선에서 장식하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지.
'은퇴'라는 것을 조금 더 무덤으로 가까이가는 것처럼 말하는 많은 이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보여준 날이었다, 오늘은..아니 어제는.
모쪼록 그와 그의 가족의 앞날에 늘 행복이 함께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