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6.25때 배가 고파 귀를 잡수셨다한다.
그래서 잘 못들으신다.
야근을 하고 지친몸으로 퇴근하는 밤이면 가끔 문이 잠겨있는 날이있다.
거실에서는 TV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말이다.
할머니가 또 깜박하고 열쇠를 잃어버린 문을 잠궈두었기 때문이다.
초인종을 누루고, 전화를 하고, 문을 두드려도 이 두꺼운 철문하나에
손자와 할미의 대화는 도무지 도무지 닿질 않는다.
그러다가........ 얼핏 무슨 소리라도 들린다 싶으면 TV를 끄고 귀를 기울여 얼마후 문을 열어주시는 울 할미..
'오래 기다렸자? 귀를 먹어서 그랴.. 대간한데 어서쉬어'
금방왔다라는 거짓말을 하고 쇳대가 없는 잠금쇠는 잠구지 말라 일러도 할미는 또 잊어버린다.
오늘도 그랬다...
그래서 할미와 약속을 했다. 테잎을 잘라서 걸쇠부분에 붙여버린게다.
할미가 웃는다.
전쟁때 귀떨어지게 사방에서 터지던 폭음속에도 테잎으로 귀를 붙였다면 괘안을 것 같았다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