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설, 다음날. 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였다. 외삼촌 차를 얻어타고, 안동 터미널까지가서 서울까지 버스를 탈 계획이였다. 삼촌은 일찍부터 나설준비를 하였고. 아침부터 이 두메시골집은 떠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였다. 할머니는 외삼촌에게 줄 시골것들을 챙기 시느라 정신이 없다. 외할머니에겐 자식이 세명이 있다. 딸둘 막내아들 하나. 그 딸중 한명은 우리 엄마다. 설이라고 해봤자, 막내아들..그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아들 하나와, 그의 아내. 친 손주 둘이. 이 작은 시골집을 찾는다. 나 혼자, 이번 설은 외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전역후 처음으로 할머니를 뵙는것이다. "에휴~ 그렇게 아들 하나만 더 낳으라니깐, 너희 애미 한테 그랬잖냐, 너같은 아들 하나만 더 낳으라고 그렇게 말했쟎냐.." "내가, 하나 밖에 없는 손주 군대 보내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땐, 일근이 외삼촌은 없었다. 삼촌은 일때문에 설 전날 온다고 했다. 그날밤에,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주무셨다. 누우셔서 나에게, "옷은 말라고 사왔노?, 다 쓰잘때기 없다. 내 죽으면 다 불싸지를 낀데, 왜 옷을 사왔노." "옷말고 할미 보로 올때는 단 몇만원이라도 돈으로 주면 좋다. 절대 옷같은거 사지마라." 절대로 아들이, 딸이, 손주가 주는 돈은 받으시지 않으시면서.... "뒷집 사는 할미는 아들이 넷인데, 서울에 눈이 많이와 땅이 미끄러워서, 이번에는 아무도 못내려온다고 하잖냐" "우리 일근이도, 땅 미끄러운데 어케 올라누..걱정이대서 잠이 안온다" 유난히도 추운 밤이였다. 할머니는 아침일찍 부터 삼촌이 오나, 안오나 밖을 서성이셨다. -"할머니, 삼촌한테 전화해서 어딘지 알아볼까요?" 할머니는 정색을 하시면서, "그러지 마라, 천천히 오겠지, 그나저나 땅이 꽁꽁얼어서 어케 하겠누.." -"그럼, 추운데 안에 들어가 계세요" "태형아.., 이 할미는.. 할머니는 다 큰 아들에게 돈 몇만원을 쥐어주실려고, 그렇게 외숙모와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은 할머니가 쥐어주시는 돈을 받고. 우린 시골집을 떠나왔다. 할머니는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때 까지 그자리에서 우릴 지켜봤다. 아마, 나를 태운 외삼촌의 차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한동안 그자리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계셨을것이다. "태형아.., 이 할미는..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단다." "너희 외삼촌, 아들 하나 더 낳는거보고 죽을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련지 모르겠다" "내가 느그 삼촌 학교 제대로 못보낸게 지금껏 제일 한이다."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공부해야하는 느그 삼촌한테, 나무 해오라고 매질하면서 산으로 올려보냈잖냐" "그때 내가, 느그 삼촌 공부를 시켰으면, 면사무소에서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는 자리에 넣었을텐데.." "느그 삼촌은 공일날에도 일한다잖냐, 면사무소에 일하는 사람들은 토요일도 꼬박 논다던데" "이번 설도 그렇게 길다고 하잖냐." "내가 느그 삼촌 공부만 시켰어도......" "일근이는 땅도 꽁꽁 얼었는데.., 잘오고 있는지..원.."
카무이
2004-02-02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