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결점들’, 한 여인의 변덕과 연약함에도 애착을 갖는다. 그녀의 얼굴에 주름살과 기미, 오래 입어 해진 옷과 삐딱 한 걸음걸이 등이 모든 아름다움보다 더 지속적이고 가차없이 그를 묶어 놓는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 그런가? 감각들이 머릿속에 둥지를 틀고 있지 않다는, 다시 말해 창문과 구름 , 나무가 우리 두뇌 속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바로 그 장소에 깃들고 있는 것이라는 학설이 옳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우린 우리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고통스럽게 긴장되고 구속되어 있다. 우리 눈을 못뜨게 하면서 감각은 한무리의 새떼처럼 그 여인의 눈부심 속에서 펄럭이며 날아 오른다. 잎이 무성한 나무에서 숨을 곳을 찾는 새들처럼, 그렇게 저 감각들은 안전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그늘진 주름살 속으로, 매력없는 행동과 사랑받는 육체의 드러나지 않는 흠들 속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그 결을 지나가는 그 누구도 바로 여기 이 결점들, 이 흠들 속에 덧없는 사랑에의 동요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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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