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극락암
산수유꽃
신용목
데인 자리가 아물지 않는다
시간이 저를 바람 속으로 돌려보내기 전 가끔은 돌이켜
아픈 자국 하나 남기고 가는 저 뜨거움
물집은 몸에 가둔 시간임을 안다
마당귀에 산수유꽃 피는 철도 독감이 찾아 옆구리에
화덕을 끼고 자다 나는 停年이 되어버렸다
노비의 뜰에나 심었을 산수유나무
면도날을 씹는 봄 햇살에 걸려 잔물집 노랗게 잡힐 적은
일없이 마루턱에 앉아 동통을 앓고 문서처럼 서러운
기억이 많다
한 뜨거움의 때를 유배시키기 위해 몸이 키우는 물집
그 수맥을 짚고 산수유가 익는다고 비천하여
나는 어깨의 경사로 비탈을 만들고 물 흐르는 소리를 기다리다
늙은 것이다
시간의 문장은 흉터다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은 귀에 걸려 찢어진 고무신처럼 질질 끌려다녔다
날아간 연기가 남은 재보다 무거웠던가
사는 일은 산수유 꽃빛만큼 아득했으며
나는 천한만큼 흉터를 늘리며 왔고 데인 데마다
산수유 한 그루씩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