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분
페루. 꾸스꼬.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랜덤으로 걸린다는 고산증. 낙찰! --; 숨도 못쉬겠고~비틀. 세걸음 걷고 주저앉고. 구토. 이틀을 꼼짝못하고 숙소에서 잠만 자다가 도저히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서 기어나왔다. 환전도 못해서 동전만 딸랑딸랑. 거의 30분을 걸어서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거기라면 뭔가 이 돈으로 먹을게 있을지도...이틀 못씻고 빨래는 당연히 못했고. 푸시시 꼬질꼬질. 거지의 모든 것을 갖추고 찾아간 시장. 거기서도 먹을게 없었다. 거기다 거의 파장 분위기다. 하도 숨이 차서 털썩 주저앉았는데 뒤에서 누가 막 뭐라고 한다. 뒤를 돌아보니 이 할머니가 저 빵 하나를 눈앞에 흔드신다. 거저 주신 빵 한 덩어리. 감사합니다. 동전으로 물 한병 사서 허겁지겁 꿀꺽. 그 와중에 인증컷 한 컷.
다음해에 할머니를 또 찾아갔다. 달디 단 케익 한덩어리 사들고. 기억해주신다. 얼싸안는다.
빵 한덩어리로 지구 반바퀴를 다시 돌아오게 한 그분.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하고. 미소짓고. 이것이 여행의 행복인듯...
살고싶은 곳. 꾸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