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건·축·학·개·론 문화생활과는 담벼락을 쌓고 사는게 불쌍해 보였는지 손님이 아내랑 영화나 한편 보라며 영화 CD를 주고 갔다 “건 축 학 개 론” 주연 배우도 모르고 줄거리는 더더욱 모르고 얼핏 듣기로는 저 예산 영화로 대박을 쳤다는 것밖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20여년전 아내와 연애 할때의 추억속에 시나브로 빠져 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소품들 휴대용 CD플레이어, 삐삐, 데스크탑 586컴퓨터, 미니 콤퍼넌트 오디오를 보면서 연신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연애할 때 내가 소유하고 아내와 함께 사용했던 추억의 물건들이다. 오랜만에 정말 므흣했다. 무늬만 대학생 시절 건축학을 전공했고 건설회사를 다닌 경험으로 승민이가 내뱉는 건축 관련 용어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납뜩이가 키스와 뽀뽀의 다름을 설명 할땐 정말 눈물이 쏙 나오도록 웃고 싶었지만 손님들 앞에서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을 판이었다 아내는 같은 과 상큼발랄 신입생! 나는 짠밥 냄새를 솔솔 풍기는 맛간 예비역! 아니 아내의 말대로 빨간색 땡땡이 옷을 즐겨 입는 촌티가 차고도 넘치는 예비역 이었다고... 아내가 첫사랑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새빨건 거짓말 입니다.” 라는 말에 뜨끔 하겠지만 서연이 때문에 승민이가 가슴앓이를 한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해 가슴앓이를 해본 것은 아내가 처음이다. 승민이가 연습한 고백을 나도 “난 널 더 이상 여동생으로만 대하기엔 내 마음이... 내가슴이..... “ 라는 고백을 수도 없이 아내 앞에서 내뱉으려 했지만 2%부족한 용기에 머리를 쥐어뜯고 어떤 놈팽이랑 같이 얘기라도 하는것이 레이다에 "딱" 걸리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 시간이 지나 벼르고 벼르던 고백을 아내가 먼저 해버리는 반전이 일어났지만...... 이렇게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결혼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사냐고? 똑·같·다.!! 지지고 볶느라 눈코 뜰새 없다. 대출금 갚느라 허리가 휘고 새끼들 학원비 청구서에 눈깔이 튀어나온다. 카드대금 청구서엔 기절초풍 일보직전이고 징그럽게 말 안듣는 새끼들한테 버럭 소리도 지른다. 무엇보다 가슴앓이를 하게한 그 상큼발랄 여동생에게 눈밖에 나는 짓이라도 하면 깨갱~하고 꼬리를 내릴 때도 있다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말 그냥 내뱉는 말 아니다. 며칠 전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유튜브로 들었다. 첫사랑이 실연의 아픔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수많은 연인들의 아우성이 댓글로 굴비를 엮어 놓은 것 처럼 줄줄이 비엔나다. 나름 난 행복한 놈이다.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아우성은 나에게 없으니까. 아내가 아줌마로 보일 때, 아내를 사랑하는 약발이 떨어졌을 때, 아주 이쁜 쭉쭉빵빵 아가씨에게 한눈팔아 정신줄 놓았을때 가끔씩 봐야겠다 “건·축·학·개·론!!” 2012년 7월 삼척
OJH
2012-08-03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