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 질책의 화신으로 너는 조국 앞에 섰구나 자유주의자-이상주의자여 -N.A. 네끄라소프 80년대를 청년으로 관통한 이들 가운데 자유주의자나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던 이가 과연 있을까? 거악의 시대와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러시아 시인의 시구처럼 질책의 화신이요 준열한 비판자였다. 타기되어 마땅한 인간들을 향해 쏟아낸 분노의 언어는 우리를 위로하는 유효하고 마땅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삼십년의 세월을 격한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무릇 자유와 이상은 묵묵한 실천과 도저한 자기 희생으로 한 뼘 한 뼘 더디게 자라나는 것이거늘 우리는 아직도 희떠운 소리만 입에 밴 입찬 인간으로 아무런 반성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도 아니면 그렇게도 사랑한다 말하던 우리의 조국과 민중에 흡반을 들이댄 채 흡혈로 신체를 보중하는 이기의 거머리가 되어 있지는 않은가. 비 내리던 대야산의 나무에 붙은 거머리를 보며 나는 나를 본 듯 흠칫 놀랐다. 2012. 5. 30 문경 대야산
자투리
2012-06-21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