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쩔쩔매는 그대
바둑 - 2
백창우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렴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쩔쩔매는 그대
아무데나 딛는다고 길은 아니겠지만
길이 없기야 하겠는가
검은 것은 검은 것의 길이 있고
흰 것은 흰 것의 길이 있어
시냇물이 흐르듯 그저 몸을 맡기고
흐르기만 하면 되는데
가다간 멈추고 자꾸 두리번거리는 그대
그러는 사이 어둠은 내리고, 눈은 점점 침침해지는 걸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렴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어둠 속에 서서
몸에 흐르는 기운을 느낄 때까지
길들은 서로 만났다가는 헤어지고
헤어졌다가는 또 어디선가 다시 만나는데
그대, 잘못 들어섰다고 절망하지 말렴
잘못 든 길 위에도 그대 그리는 별은 떠 있어
그 별에 이르는 길은 바로
그대 마음 안에 있지
마음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