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부전 상서
아버님 기세하신 지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현충일마다 선영의 유택을 찾아 생전을 회억하던
당신의 살붙이는 이리 늙고 여물고 또 생장하였습니다.
당신과의 황망한 별리를 곱씹어야 했던 슬픔의 날이
소풍의 날처럼 변하기까지는 적잖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눈물은 발효와 숙성의 긴 시간을 지나 이제 웃음이 되었습니다..
나래, 찬흠, 일린, 시현, 하현과 같은 새로운 생명들이
당신이 떠나고 난 뒤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허나 이 아이들은 정 많고 사랑 많은 할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맏손녀인 한나만이 자신의 볼이 닳도록 뽀뽀 공세를 펼치던
당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나는 그것이 조금 한스럽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여준 가없는 사랑은 우리 삼 남매의 가슴에 늘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종신의 순간까지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고 당신께 배운 그 사랑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어갈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2012. 6월, 청양 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