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고마담
재홍 형이 대학 다닐 때 학비를 마련 못 해 어려운 때가 있었다.
너나없이 빈한한 시절이라 목돈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미군부대 앞에서 술집을 하던 고마담이 선뜻 큰돈을 빌려주었다.
형의 이웃에 살던 고마담은 또래 여자와 살림을 살고 있었는데,
영어라고는 땡큐밖에 모르던 형의 어머니도 고마담 덕분에
그 옛날부터 레즈비언이라는 첨단의 단어를 알고 있었대나 뭐래나.
여하튼 고마담의 선심 덕분에 재홍 형은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신촌을 주름잡던 '빨갱이'였으나 시대의 풍파를 넘어 무사히 대학을 졸업했다.
학원강사로 시작해 통닭집 주인을 거쳐 이제 족발집 개업을 앞두고 있는 재홍 형.
산릉을 넘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들이고 있던 그가 뜬금없이 한 마디 한다.
고마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알아? 아직도 그 여자랑 다정하게 늙어가고 있어요.
나는 고마담 보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을 많이 버렸다니까.
2012. 5 수락산, 모택동 혹은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형의 포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