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은 기억
살면서 벼락같은 깨달음과 마주할 때가 있다.
오래 전, 전경 기동대 막내 기수로 구타의 일상을 이어가던 무렵이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코를 싸쥐고서 소변기를 닦고 있는데
고참 하나가 다가오더니만 갑자기 귓방맹이를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그이는 이리 말했다.
"소변기가 더럽냐? 그걸 더럽게 여기는 네 마음이 더 더러운 거야. 이 자식아!"
그러고는 솔을 잡고서 소변기에 얼굴을 들이밀듯 하고 안쪽을 박박 닦아댔다.
순간 벼락같은 깨달음이 나의 뇌리를 뒤흔들었다.
더러움과 깨끗함이라는 것도 결국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그런 분별심이 차별을 위계를 오만을 잉태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가.
그 죽비같은 한방으로 깨진 나는 제대하는 날 아침까지 화장실 청소를 기꺼이 도맡았다.
계단의 가래나 복도에 눌어붙은 껌을 보며 궁시렁대는 사람은 많다.
허나 몸을 굽혀 그것을 치우는 것은 대단치는 않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쉬는 수요일을 빼고 월화목금토일 학원을 청소한다.
사람 사는 세상을 진세(塵世)라 한 이유를 청소를 해보면 안다.
매일 쓸고 닦아도 치워야 할 쓰레기와 닦아야 할 먼지는 언제나 있다.
흔히들 좌선을 하면 자고심이 생기고 경전을 읽으면 자굴심이 든다고 하는데
나는 청소를 하면 무심과 하심의 경지를 익힐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음을 닦으려는 분이 계시다면 안 보이는 마음 대신 먼저 당신이 계신 자리를 청소하시라.
그대가 선 바로 그곳의 모습이 정녕 그대 마음의 풍경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