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에 도토리 애들 중간고사 끝나는 날이 마침 나도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다. 점심 나절이 되자 퍼져 있던 나를 아내가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가란다. 찬흠이와 일린이가 친구들을 데려와 집에서 노는데 아빠 있으면 불편해 한다면서. 자기도 동네 아줌마들 불러다 커피 한 잔 해야 하는데 당신 있으면 어려워 못 온다고. 이리해서 집을 쫓겨나왔는데 막상 갈 곳이 없다. 시험 대비 끝난 텅 빈 학원에서 혼자 책을 보는데 영 재미가 덜하다. 학원을 나와 무작정 차를 타고 진위면으로 가다 닿은 곳이 은산리의 삼봉 사당. 찾는 이 하나 없는 고적한 정도전의 사우에서 새 소리 들으며 저물도록 율곡의 책을 보다 돌아왔다. 해가 꼴딱 넘어가 집에 들어섰는데도 어디서 뭐하다 왔느냐고 묻는 인간이 없다. 개밥에 도토리. 2012년 5월, 은산리 문헌사
자투리
2012-05-18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