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아내. 미안한남편. 지독한 불경기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참 글이 길어지고만다.
아내는 초등학교때 전학왔었다. 한반이 3반이 전부인, 한학년 120명 정도의 작은 초등학교였기에 누가 전학왔는가는 커다란 뉴스였던 그 시절...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좋아한다는게 흉이었던 그 순박함이 있던 시절에 처음만났다.
전학온 옆반아이... 내가 아내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고, 얼굴이 뻘겋게 상기되어 나에게 따지러 왔던 아내는, 다른 여느 동네 여자아이처럼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가 아니라 꼭 따져야 직성이 풀리는 당찬 아이였다.
현재 아내는 대구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17개월된 아들의 엄마이고, 또 4개월된 아이를 임신중이다.
같은 동네로 이사온 아내의 언니.. 둘째처형의 집에서 아내의 부러움에 가득찬 미소를 보고는 나는 그만 마음이 무거워져버리고 말았다. 지독한 불경기에 생활비도 시아버지로 부터 타 쓰게 되는 시집살이. 혹 내가 지금 벌인 일들에 힘빠질까봐 내가 하는일에는 무조건적인 찬성표만들 던져주는, 따지기 좋아하고 자존심 강한 처녀때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요사이의 생활이 오버랩되면서 그만 나는 정말이지 마음이 무거워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어느틈엔가 아내에 대한 마음은, 아내를 생각하면 드는 마음은 사랑이 아니라 미안함이 되어버렸다.
언제쯤이면.. 즐거운 기억에 미소지을 수 있을까?
정말이지 지독한 불경기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