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예배당
요즘 한국의 기독교가 개념없는 꼰대 목사들과 그를 무작정 추수하는 무뇌 신자들로 인해
개독교로 비하되며 망조가 농후해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집들 또한 목하 망해가는 꼬락서니가 아주 목불인견입디다.
단적으로 어느 절집을 가든 절집 앞마당까지 길을 번듯하게 포장해 놓았는데
신도들 오가시기 편하라는 뜻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배때기에 기름 낀
비구들이 편하게 오르락내리락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아둔한 내 생각이외다.
과욕(寡慾)의 종교인 불교가 그럴 듯한 산자락마다 매표소 하나씩 만들어
산객들의 삥을 뜯으니 이것이 현대화한 산적의 무리가 아니고 그 무엇이오?
그리 얻은 돈으로 산사에 이르는 고즈넉한 산길에 '쎄멘'을 싸바르고
절집 마당마다 꼴같잖은 석물을 경쟁하듯 들여 놓는 그 무식함은
돈 되는대로 동서양의 그림과 조각들을 그러모아 거실을 장식하는 강남 졸부와 무엇이 다를까.
다석(多夕)은 중도 아니면서 일평생 일좌식일언인의 삶을 살았다 하지 않소?
반듯하게 무릎 꿇어 내 안의 하느님과 대면하고 일식으로 포만의 욕망과 맞서고
색의 욕망을 끊어 정결한 육체를 지키고 늘 걸어다님으로써 명예욕을 끊었다오.
중이 중답지 못하면 그 사람의 미래야 불보듯 뻔한 것이고
절집이 고요함을 팽개치고 저잣거리의 흥성함을 염원하면
절은 더 이상 도량의 사원이나 기도처가 될 수 없을 것 아니겠소.
산의 절집을 들를 때마다 교회에서 느낀 토악질이 떠올라 속이 불편했는데
내 지난 달 구병산에 갔다가 참으로 으뜸가는 예배당을 보았다오.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바위 하나가 밭두둑에 우뚝하니 섰는데
그 아래 작은 보살상과 향로가 소담하게 자리한 모습이 여기야말로
눈 맑고 마음 착한 중생의 진짜 기도처요 으뜸가는 예배당이란 생각이 들었다오.
비까번쩍 예배당과 고대광실 절집에 주눅들고 기함하신 신자님네.
교회 다니고 절 다니며 애써 마음 상하지 말고 자신만의 으뜸 예배당을 직접 마련해보심은 어떨는지.
2012. 3. 21 보은 구병산 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