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만난 소년...
동생이 차를 놓쳤다고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가왔다
12시 대전 출발 수원에 1시40분경 도착해서
동생이랑 잠시 근처 편의점 들려서 음료수 하나씩 마시는데
왠 꼬마가 새벽에 지하철 역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뭐하는애인데 저러고 있지?"
"형 저애 아까부터 어슬렁 거리고있었어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가서 이야기를 붙였다
"이시간에 집에 안가고 뭐하고 있니?"
"집에 가야 하는데 차를 놓쳤어요.."
"이구 .. 어쩌다가..?"
"지하철안에서 잤는데.. 누가 깨워서 보니 종점이라고 내리라고 해서 보니.. 여기네요..ㅠ.ㅠ"
꼬마는 울상이었다.. 그래봐야 어디 가까운곳이겠지..
"집이 어딘데?"
"인천이요.."
"컥 ㅡ0ㅡ "
그 꼬마는 정말 종점까지 온것이었다.. 수원의 병점역이었으니..
이걸 어쩌지..
집에 전화라도 해줘야겠다.. 부모님이 걱정하실텐데...
무척 배고파 보여서 오뎅을 좀 사줬다...
살살 달래니... 집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래 전화를 해보자..
뚜ㅡ뚜ㅡ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XX네 집이죠 여기 수원의 병점역이거든요.. 여기 애가 지하철을 놓쳐서 헤메고 있네요"
".................... 그래요?"
시큰둥한 목소리... 순간 어이가 없다.. 약간 화가나려고 한다..
"애가 여기서 떨면서 있다구요... "
"아버지한테 연락하세요... "
"네? 지금 받으신분 아버지 아니신가요? "
"맞긴 하지만.. 제 애가 아닙니다.. 아버지한테 연락 하세요 철컥~! "
........................
난 그제서야 모든걸 이해했다...
아버지이긴 하지만 내애는 아니라는 그말..
전화하는동안 옆으로 다가와 내 눈치를 보던 그 꼬마
...............................
그 꼬마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갔다..
"너 배고프지? 형이 맛난거 사줄게.. 자 골라바라.."
"네..."
계속 진열대 앞에서 머뭇거린다..
"밥 안먹었지 음료수 하고 김밥 먹자.. 자 삼각김밥 어떤거 좋아하니?"
여전히 머뭇거리기만 한다....
답답한 마음에 김밥하고 음료수를 골라서 손에 쥐어주었다..
계산을 하다 보니.. 옆에 온장고가 보인다.. 아무래도 추웠는데.. 베지밀 하나를 손에 더 쥐어주었다
"오렌지 쥬스는 이따가 마시고.. 김밥은 따듯한 베지밀하고 먹어 알겠지? "
"네..."
여전히 말이 없다..
먹으라고 해도 자꾸 눈치만 본다.. 그래서 베지밀을 따주고..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덥혀서
뜯어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계속 같이 걱정을 해주던 한 술취한 아저씨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사정이 이러이러하니 아무래도 경찰서에 이야기를 하는편이 좋을거 같다고.. 같이 올라간
동생도 그러는 편이 좋을거 같다고 한다..
아주 잠시였던 동안 그꼬마녀석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사이에 김밥하고 음료수를 다 먹었더라는..
무척이나 배고팠나보다..
들어가서 이런저런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아저씨도 걱정이 되는지 이것 저것 물어본 모양이다..
그 꼬마의 부모님은 이혼을 한 상태이고..어머니는 다른분과 살고 있는 상황이라한다..
지금 살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주 때린다고 한다... 마음이아파온다..
갑자기 그말이 생각이 난다.. 아버지한테 연락을 하라는... 아마 친아버지겠지..
" 혹시 아버지 전화번호 알아? 친아버지 ..."
" 몰라요........ "
" 그럼 어디 사시는지는 알아? XX이 보러 자주 오셔? "
" 설날 같은때...만요... " 결국 고개를 숙인다..
일년에 한두번 보나보다..
흐음... 어쩌나...
안쓰러운 마음에.. 손을 잡아주었다.. 떨고 있네.. 에거..
그런데 손이 장난이 아니다.. 꼭 막노동하는 사람손같다..
" 손이 많이 벗겨졌네? "
" 피부병있어서 그래요.."
" 로션 같은건 좀 발랐어? "
" 네 약 발라요.. "
하얗게 일어난 손을 보니.. 바른지 좀 되나보다.. 휴...
잠시동안 손을 잡고 계속 있었다.. 그러니 녀석 안정이 되는지 떨림이 줄어든다..
손을 잡고 있다가 소매를 살짝 들어보니.. 약간의 멍자국이 있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제기랄..
동생이 돌아온다..
" 형. 경찰서 갔더니.. 뭐 아무도없고 인터폰만 있네요.. 그래서할수없이 112 에다가 전화했어요..온대요"
요즘 경찰서 통폐합을 많이 한다더니만.. 작은곳들은 다 사라졌나보다..
경찰 이야기가 나오니 이녀석 다시 떨기 시작한다..
잠시후 경찰차가 한대 온다..
" 미아 신고 하신분이신가요? "
" 네 얘가 그애거든요.. "
꼬마 막 도망가려한다... 느낌에 집을 나온지 몇일 된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휴..
덜덜 떨고 있다..
" 괜찮아.. 경찰아저씨들이 도와주실거야......"
경찰이 그 꼬마를 차에 태운다.. 그사이 옆에서 집에도 안가고 있던 술취한 아저씨가 계속 경찰을 잡는다
" 내가 오늘 술을 좀 마셨거든요.. 그런데 집에 가려는데 이녀석이 계속 어슬렁거리잖아요..
...
... 그래서 물어봤더니.... 차를 놓쳤다나... 그래서 편의점에서 이야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 그래서 계속 기다렸습니다..."
경찰관은 상당히 귀찮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취객들은 매일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겠지
"네 알겠습니다.. 성함하고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수첩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돌아선다.. 취객아저씨 다시 경찰관을 잡는다..
" 내가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경찰아저씨를 오해하는건 아니구... 이녀석이 정말 집에 잘 들어갔는가...
정말 궁금해서.. 그래서... 아저씨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경찰 얼굴이 굳어진다... 귀찮은 기색이 역력
" 네..수원경찰서로 연락 하시면 됩니다."
" 아 그 전화 말고 아저씨 직통전화~아~ "
경찰관 어쩔수 없이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다..
취객아저씨 전화번호를 누르고 나더니.. send 를 누른다.. 찌르르르르~ 전화연결음이 들린다..
전화기 들고 취객아저씨 말한다..
"어... 전화걸리네.. 경찰아저씨 신호가네.. 어서 전화받아여.."
경찰 어이없어하는지 피식 웃는다.. 우리도 따라 웃는다.. 아저씨 최고.. 확인사살까지 하다니
경찰 잠바 안주머니에서 전화기 꺼내서 보여주고 다시 넣으며 말한다.
" 하하하 됐죠? 자 내일 궁금하시면 전화주세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겠습니다.."
아까보다는 웃어서 인지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 경찰관을 불렀다..
" 저 아저씨.. 잠시만요. 저 꼬마가 이래저래해서 집에 들어가길 무서워하는거 같거든요
아버지 어머니한테 맞기도 하고 멍자국도 있고 나온지 몇일 된거 같고.. 그래서 그런데
혹시 가능하시면 친아버지한테 연락을 한번 취해주시면 안될까요? "
" 네 그러죠 제가 할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내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는 경찰관이 믿음직스러워보인다.. 아무래도
아까 취객과 이야기하다가 웃은뒤로 표정이 살아있다.. 처음왔을땐 자다 나온티가 역력했었는데
우리가 걱정하는 마음이 통했나보다.. 다행이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네 그럼 수고하십시요"
그 꼬마를 태운 경찰차는 출발해간다 취객아저씨는 그 차를 따라가면서 ' 야임마 힘내 ... 머라 계속 그런다'
우리도 차를 몰고 출발했다.. 그 취객도 회식때문에 술을많이 마셨는데 마눌님이 무서워서 일찍 들어가려다
가 저 꼬마때문에 늦었다고 하면서도 얼굴이 환하다..명함을 한장씩 주고 받고 헤어졌다
.............. 그녀석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중2라는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왜소한체격에
손에 있던 그 수많은 흉터와 상처 가 마음에 걸린다.. 아버지를 만났을까? 지금또 어딘가를 헤메이고있는건 아닐까?
오늘은 왠지 잠이 잘 안올것같다........
내 나이도 이젠 서른둘.. 슬픈일 기쁜일 모든일에 무덤덤해지는
그런 나이가 되었나보다............
11월 어느날 추운 새벽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가 할수있는일은 경찰에 연락하는일 밖에 없더군요..
기분이 참 그랬습니다..
-Sony U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