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뭐하긴 뭐해 자소서ㄹ 쓰지
기업을 열 개 정도 정했는데 취업 컨설팅 받으러 가니깐 이거밖에 안쓰면 좀 불안한데????? 그러더라구 근데 난 지금 자소서ㄹ이 꼴랑 두개짼데 눈알이 빠질 것 같다 전공진입도 자소서 쓰기 싫어서 미뤘는데.... 나 이렇게 써놓으면 나중에 막 인사담당자가 검색해서 찾아보는거 아닌가
매우 예의바르게 쓴 미학과 진입 자소서
<지난 해 휴학 기간 동안, 집에서 일 년을 쉬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일 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았거든요. 놀기 쉽지 않은 시대인데 배짱이 좋다 싶기도 하고, 적어도 후회는 되지 않습니다. 지방에서의 서울대생은 희한한 존재인데다가, 구구절절 전공진입에 관해 설명하기 귀찮은 터라 미학과 학생을 사칭(!)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서울대에다가, 이상한 이름의 학문을 공부한다고 하니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더랬습니다. 흔히들 많이 듣는 그림 잘 그리시겠네요, 그러면 미대이신가요, 등등은 물론이고, 어느 분의 기억에 남는 요청이 있네요. "제 얼굴은 미학적으로 봤을 때 어때요?"
미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저 분의 질문에도 재치있게 대답해드릴 수 있을까요? 아니, 졸업할 때까지 적어도, 미학과 다닌다고 했을 때 흔히들 물어오는 미학이 뭐냐는 질문에 재치있고 명확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의 최소한의 수학계획입니다. >
근데ㅋㅋ졸업해도 뭐 모르겠노 정말로 요 며칠간은 머릿속에 취업밖에 없어서 소그룹 원전수업에서 소쉬르 읽는데 모드 전환이 잘 안된다
취업은 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임 차라리 취업 자소서도 저런 거 쓰면 좋을텐데 내가 쓴 거는 이런거임
< 이곳에서 스마트TV 시대에 맞춘 방송콘텐츠 제작, 매니아 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나라의 타겟층이 공유할 수 있는 볼거리를 기획하는 일 등을 하고 싶습니다.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XX기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기업으로 도약할 때 뒷받침하고자 합니다. >
일단 막 지르고 보는 입사후 포부 세계 같은 거 알게 뭐냐 영어도 몬하는데...
저거보다 더 오글거리는 각종 미사여구 삼종세트가 있지만 차마 옮겨놓진 못하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