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쓰까지 27000원
산을 오르다 말고 재홍 형이 불쑥 한 마디 한다.
"내 몸에 걸친 것을 모두 합하면 얼마게?"
일행들이 저마다 형의 아래 위를 훑으며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그의 답은 우리가 예상한 가격의 저~~~ 아래다.
"빤쓰까지 27000원이여."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신발이 얼마여?"
"5000원."
"바지는?" "10000원." "윗도리는?" "10000원."
"빤쓰? 2000원. 수건은 동문회 걸로 공짜여."
기함할 노릇이다.
TV와 잡지를 도배하는 고가의 아웃도어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이런 검박한 딸깍발이를 보았나!
갑자기 수건을 장옷처럼 두르고선 나를 위해 포즈 한번 취하더니만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황소걸음으로 저만치 앞서간다.
2011년 가을, 현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