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난 사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딱딱한 과일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5살 6살 기억에...
할머니 방 창으로 지루한 태양이 배어 들 때 즈음에
가끔 할머니는 사과 하나를 과도로 반으로 뚝 잘라서는
둥그스름한 숟가락으로 벅벅 속을 긁어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했다...
숟가락에 넘치는 사과 즙이며 할머니 방의 묘한 냄새는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한 느낌...
나 군대 제대를 한 첫날 밤.
새벽에 잠을 문득 깨서 할머니 방에 들어 가니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잠깐 의식이 돌아 오셨나 보다...
내 손을 잡고는 하시는 말씀이
"내 이제 너 돌아 온 거 봤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 제정신으로 돌아 오시면 꼭 날 찾으셨다고...
그로부터 일주일... 할머니를 묻고 돌아 온 그 다음 날 새벽 세시...
난 할머니 방에 앉아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라서 숟가락으로 파 먹어 보았다..
사과즙이 손에 묻어 끈적해지고.. 내 볼도... 끈적해 지고 있었다...
그리고 십몇년이 지난 언젠가... 고향 집 내 방에서...
서랍 정리를 하다가 문득 발견한 할머니의 주민등록증...
문득...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숟가락에 넘치게 담겨 손이 끈적끈적 해 지는 그 사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