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2
묵음( 默音)으로 서서 먼저 욕심을 버린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도 욕심이요,
모두에게 다 좋게 하고싶은 것도 욕심이다.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것 외에는 더 이상 생각을 말자.
안 되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사다. 다음은 자만을 버린다.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버리자.
나도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슬프지만 인정해야 하는 겸손을 찾자. 끝으로 지나간 시간을 잊자. 젊은 시절의 나를 잊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라. 흘러간 시간은 이미 과거, 현재를 인정하고 추스르는 것이 더 급한 일이다. 자신을 알아야 무엇이든 바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현재의 진정한 나의 실체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차근차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 단어 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묵음(silence)으로 발음되지 않는 스펠링 하나가 되기로 했다.
그 단어 속에 같이 서 있으면서도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속에 숨어서 그 단어를 만드는 묵음, ..그렇게 사회에서 약국에서 없는 듯하면서도 꼭 필요한 사람으로 조용히 서 있고 싶다. - 최인숙 수필집 '마음밭'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