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이야기 : #2 그 바위에 평화가 있다
아주 옛날부터 강정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희노애락을 꼭 빼닮았으며, 손을 갖다대면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보드라운 피부를 만지는 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구럼비 바위해변이었습니다.
아마 그 바위는 마을에 살았던 모든 조상들의 친구였겠지요.
그런데 지난 2007년, 정부는 느닷없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짓겠노라고 발표했습니다.
날로 군사강국이 되어가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방어용이라나요.
제주 화순과 위미 지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친 정부는 결국 강정을 선택했고
모든 법적 절차를 졸속, 강행처리했습니다. 돈을 주고 매수한 주민들의 찬성표를 근거로 말이지요.
한편 왜 하필 이 시기에 제주도 해군기지일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용'으로 쓰일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미 대국민 발표를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에 미국 군사기지를 확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지요.
뼈아픈 우리 근현대사를 따져 봤을 때 미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작은 나라인 우리로서는
비록 우리 이름으로 우리가 짓고 있는 해군기지지만, 실제 기능은 전부 미국에게 바치는 것일 수밖에 없을 테지요.
그래서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바로 이 곳 강정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와서 보니, 그 실상은 너무나도 참혹했습니다.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건설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그들에게 경찰 '소환장'을 마구 남발했습니다. 심지어는 해군기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90세 노인에게까지 그 먼 경찰서로 오라고도
했었지요. 또 길 한복판에서 마을 주민들을 갑자기 연행해가는 일도 많았으니, 이 곳은 완전히 '계엄령' 상황이었습니다.
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온몸으로 그들을 막기도 했고, 대외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구럼비 바위의 소중함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매일 아침 구럼비 바위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명상도 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세월과 파도를 견디며 살아 온 그 바위가 전쟁없는 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