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가을 7 : 비엔느 강가에서
사실...
아내는 평생 한 번도 염색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흰머리가 한 개 두 개씩 보이기 시작하는 데도,
염색은 무조건 싫다고 합니다.
보이는대로 뽑아주고 있지만,
아마 내 힘으로 더 이상 뽑을 수 없을만큼 많아지면...
아내도 염색을 하려고 할 지 모릅니다...
사실...
아내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동안 딱 두 번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손질했습니다.
보통은 아들 녀석이 아내의 긴머리를 좋아해서 그대로 놔두던지,
너무 귀찮으면, 내가 가위로 길이만 썽둥 잘라줍니다.
딱 한 번 이웃의 도움으로 파마약을 사 가지고 와 집에서 파마를 했었지만
자기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그 이후로는 전혀 파마를 한 적이 없습니다.
아내의 파마 머리도 제가 좋아했다는 것을 아내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실...
아내는 화장품이 딱 두 개 있습니다.
손에 바르는 니베아 크림과
얼굴과 몸에 바르는 니베아 크림...
손에 바르는 니베아 크림은 저도 함께 쓰고는 합니다.
아내의 지인들이 집에 오면
아내의 니베아 크림을 화장품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화장품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아내는 내가 유머 감각이 넘치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싱거운 소리들에 깔깔거리고 웃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내 혼자 밖에 없다는 것을 아내는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스무 번 이상 아내를 웃길 수가 있습니다.
.
아내는 몇 번씩 듣고 웃은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또 해달라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십 년 씩 들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내 한 명 밖에 없다는 것도
난 잘 알고 있습니다...
.
아내의 사십대에 보내는 마지막 가을...
아내에게 정말 좋은 선물을 해 주고 싶습니다...
아내가 내게 보여주는 웃음의 십분의 일만큼 정도만이라도 될 수 있는
그런 선물을...
.
아내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