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2가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있던 건 아니었어.
그러나 시간을 돌이켜 보면 기대가 크거나 작음이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진 않아.
생겨버린 이상 다 똑같애.
사람들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기대의 이면에 베인 상처를 두려워 해서 그 칼날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작게 보이기 위함일거야.
사람이라면 누구든 기대라는 보편적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겠어?
마치 뜻뜻한 목욜물에 한바탕 몸을 담구어 개운함을 기대하는 것처럼.
그건 이미 재미없어진 인생에 김빠진 콜라를 들이 붓더라도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종로거리를 거닐다 나도 모르게 일어난 먼지들 때문에 입이 서걱거리고 눈은 매워져 눈물이 나는 건 그 때문이겠지.
함께한 시간의 먼지들이 어디에 얼마만큼 켜켜이 쌓여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해 서너번 눈을 비비는 것 쯤이야 감당할 만한 일이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크게 기대할 일이었는데.
그 점이 아쉬워 멋쩍은 웃음이 나와.
- 11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