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조국은 한국이다" 하나. 예전 솔리드라는 그룹의 보컬 김조한의 인터뷰를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타국에서 태어난 자신에게 "니 조국은 한국" 이라는 걸 잊지말라고 아버지가 "김조한"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둘. 아이와 같이 저녁산책을 하는데 한 무리의 백인 아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F*** You, Go Back To Your S***"이라며 소리를 치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딸아이가 무서워서 떨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미국에 산지 10여년이 넘어가지만 가끔 이런 일을 겪습니다. 셋. 가끔 한국 비디오를 빌려 봅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젊은 남녀들이 사랑에 실패하거나 일에 좌절하면 하나같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더군요. 그리고는 2ㅡ3년이 지나면 멋지게 금의환향을 하고요. 누구는 힘들게 벌어서 힘들게 떠나와서 힘들게 살아가는데 누구에게는 아픈 사랑을 잊혀주는 쉬운 감기약이 유학인가 봅니다. 넷. 어떤 사람과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이민간 사람들은 모두 일종의 배신자라고 하더군요. 먹고 살기 힘들다고 조국을 버리고 떠났으니까요. 애는 왜 그 모양이냐고 합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해야지 그게 뭐냐고요. 그렇게 교욱시키면 안된다는군요. 자세히 보니 20대의 접니다. 고등학교때 가족과 같이 이민갔다가 방학을 맞아서 들어온 친구에게 연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다섯.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평생 하시던 사업을 넘기고 은행빚을 갚고서 이제 빈손으로 은퇴를 하셨습니다. 경험도 없는 노무현이를 철없는 젋은놈들이 뽑아서 나라가 엉망이라고 하십니다. 전라도 놈들이 나라를 다 망친다고 그러십니다. 여섯. 국민학교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나이 35에 월세에서 막노동을 하며 삽니다. 결혼은 이미 포기했답니다. 동남아에서 온 거지같은 놈들때문에 먹고살기 힘들답니다. 일곱. 그리운 친구의 목소리에서 사랑하는 부모님의 얼굴에서 친구에게 일장 연설을 하던 제 자신에게서 저와 딸에게 소리 지르고 달아나던 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 똑같은 사람들인가 봅니다. 여덟.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기아 스포티지를 5년 할부로 샀습니다. 매주 6시간씩 운전을 해야 합니다. 내가 할수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지 일주일동안 두번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후회했지만 주위에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최소한 주위 미국 친구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2년째, 다행히 시동은 잘 걸립니다. 운전수쪽 문이 잘 안 닫기고 뒤 유리창이 내려가지 않지만 타고 다니는 데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불량품이 재수 없이 걸린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직도 주위에 지나가는 한국차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홉. 아이의 이름은 "이슬비"입니다. "이하림"이라는 이름을 유명한 작명소에서 받아서 보내주신 부모님께 작은 실망을 안겨드리고 우겨서 지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를때면 가끔 고향집 마당에 촉촉히 내리던 이슬비가 생각납니다. 열.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잘났다는 나라 미국의 시민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니 조국이 한국이라는 걸 설명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던 미국인으로 살아가던,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자신과 다른 것들에 관대하고 타인에게 따뜻한 아이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니 조국은 한국이다. 니 조국은 한국이다.
이동원
2004-01-25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