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름 풍경 Lomography X-pro Slide 200 with Nikon FM + 35-70 2.8f 2011 목포 유달산 아래 골목 다들 어렸을 적 해후름 풍경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 내 기억속의 해후름풍경은 항상 계란후라이와 열무김치, 보글거리는 찌개냄비와 빨간 목 아저씨가 있었어. 남들보다 조금 늦게 배움에 눈을 뜬 우리 어머니는 해가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뉘여갈 때 쯤이면 어디선가 교육 받고 오신 후 집에 오셔서 저녁찬을 준비하시고는 했지. 예나 지금이나 찌개없이 못 사는 우리 식구들을 위해서 먼저 찌개물을 냄비에 한가득 올린 후 다른 밑반찬을 준비하신단 말이야. 그러다 보면 어디선가 댕그랑, 댕그랑, 기다리던 종소리가 들려. 두부장수야. 나 어렸을때부터 두부를 좋아했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 댕그랑 소리 들리면 엄마가 내 손에 오백원짜리 하나를 쥐어 주셨어. 오백원짜리 주머니속에 꼭꼭 집어넣고 두부장수에게 가서 두부 한 모를 사와야지. 순두부는 사백원이고 네모두부는 오백원이야. 순두부찌개 끓이는 날에는 용돈생기는거지. 아무튼 그렇게 두부 한 모 사서 올라와서 찌개가 보글보글 다 끓어 갈 즈음이면, 저어 멀리에서 빨간목 아저씨가 보인단 말이야. 우리 아버지야. 젊었을 적 공장에서 일하다가 용접이 잘 못 되서 목에 화상을 조금 입어서 목이 빨갛다는거야. 아무튼 빨간 목 아저씨가 보이면 우리 엄마는 이제 후라이팬을 불에 올려놓지. 이제 아들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해주실 시간이야. 그래 그렇게 계란후라이가 다 될 즈음에 아버지가 집에 도착하시고, 그러면 오늘 하루도 끝난거야. 현관 문 열고 들어오시는 아버지께 한달음에 달려가 뽀뽀하고 네 식구 비잉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거지. 그렇게 오늘 해도 뉘여가는거야. 그런데 조금 기분이 이상한건, 오늘 하루도 변함없이 수박만한 해는 넘어가는데, 빨간 목 아저씨의 무등은 왜이렇게 좁아진걸까. 기분이 조금 그렇다 오늘.
Superfly
2011-11-10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