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아이가 눈으로 말을 건다. 몇 살? 6살이요. 뭐 기다려? 유치원 버스요! 9시에 와요. 동네 한 바퀴 둘러보려던 계획을 바꿔 아이와 함께 있기로 했다. 할머니 말씀이 엄마는 서울에 아빠는 부산에. 그래서 다같이 보는게 힘들다고. 너무 철이 들어 버려서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또래라고는 3명 뿐이고, 동네에는 컴퓨터도 게임기도 아무것도 없다. 무언가 말을 할 때면 한참 생각한 뒤에 또박또박 말한다. 자기가 키우는 사슴벌레를 소개하고 장난감을 꺼내와서 보여준다. 청바지만 고집한다는 녀석. 갑자기 팝송을 부르는데 헉! 수준급이다. 유치원 버스가 오자 아이는 인사를 하고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다음 주에 놀이공원 가요! 엄마 아빠랑 같이!!" 또래들이 기다리는 버스로 달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에 다음 주에 엄마와 아빠를 만나는 순간 녀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바람구두를 신은 긴수염
2011-10-24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