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표류기.
여행지에 와서 실존철학을 읽는 여자는 드물다.
여행지에 와서 실존철학의 대가 장 폴 샤르트르를 읽는 여자는 정말 드물다.
여행지에 와서 변종 실존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를 읽는 미녀는 정말이지 드물다 못해 귀하다.
호주 출생의 스물아홉 변호사. 헌데 이름이 나타샤란다.
가만 있을 수 있나. "멀리 내가 사는 조선에는 백석이란 시인이 있고 그 시인은 이런 시를 썻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이하 생략)"
헌데, 당나귀가 영어로 뭔지 몰라 그냥 horse라고 했다. 영화 슈렉이 생각나 "동키" 라고 할까 했으나 장난스러워 질까봐 그만뒀었다. 그랬었다.
그랬었는데, 세상에 당나귀가 영어로 동키(donkey)가 맞단다.
그런 식으로 치자면, 피오나는 인간, 슈렉은 괴물이라고 불렀어야 하질 않나. 하루 빨리 동키에게도 그럴싸한 이름이 붙여지길 촉구하는 바이다.
여하튼, 홀로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시는 밤. 나타샤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