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zia's family 이번 카쉬미르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많은 만남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레지아와의 만남이다. 스리나가르에 있는 달 호수의 어떤 수로변 목조 다리에서 이런 저런 형광색 칠이 되어 있는 병아리를 파는 장사어치에게 수로 건너편에 사는 아이들이 시카라를 타고 오가며 병아리를 구경도 하고 또 사기도 하면서 깔깔대고 있었다. 그 옆을 저녁산책 삼아 지나던 나도 걸음을 멈추고 같이 깔깔거리며 그 즐거운 장면을 한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사꾼이 삐약삐약 소리와 함께 떠난 허름한 목조 다리에 걸터 앉은 나는 색색깔의 병아리를 두손으로 보듬은 아이들이 탄 시카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삼키지 못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건너편에서 시카라를 탄 푸른 옷의 소녀가 인상을 써가며 열심히 노를 저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무심히 그 모습을 흘려 보며 한가로이 앉아 있는 내게 다가온 소녀는 자기 시카라를 타라며 손짓을 한다. 물이 반쯤 차 있는 시카라와 다소 힘들어 보였던 소녀의 노젖는 모습이 불안하여 머뭇거리고 있는데 소녀는 재차 바삐 손짓을 한다. 수로 건너편에선 소녀의 가족들이 나의 용기를 응원하듯 반가운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잠깐의 망설임같은 긴 고민 끝에 시카라에 올라타는 나의 큰 용기는 좌우로 살짝 출렁대는 시카라의 반응에 외마디 괴성과 함께 발을 뭍으로 날쌔게 빼는 촐싹거림으로 쪼그라 들었다. 결국 소녀의 웃음 섞인 재촉에 시카라에 뒤뚱거리며 올랐고, 걸터 앉은 엉덩이가 젖어오는 것을 느끼며 수로 건너편의 레지아의 집에 가게 되었다. (카쉬미르 여행기 中)
 바람불면눕는풀(herTeacher)
2011-10-05 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