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을 보는 그리스도인의 마음 1.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나는 불교의 감동은 불상에서 오고 기독교의 감동은 찬송에서 비롯한다고 여긴다. 모태 신앙으로 자라 지금껏 시계불알 신자로 교회를 오가면서도 목사님의 설교에 감동한 기억은 거의 없지 않나 싶다. 반면 얼굴 가득 저승꽃 핀 권사님이나 권위를 모르고 늙은 장로님이 나직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하늘 가는 밝은 길이>와 같은 찬송을 듣고 있노라면 너무나 은혜로워 눈물이 절로 난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 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귀천을 눈앞에 둔 이들이 거짓없는 참맘으로 부르는 순명의 찬송은 그 어떤 수사로도 표현해 낼 수 없는 영적인 감동을 자연스레 전해준다. 2. 어려서부터 받은 보수 교단 주일학교의 성경 공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게 불상은 이교의 상징물로 기필코 훼파되어야 할 대상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혼자 불경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간 불교와 불상에 대해 가져왔던 꼬부장한 내 마음이 그 얼마나 옹색하고 졸렬한 것이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굳게 감겼던 눈이 열리고 나니 이젠 모든 절집의 불상이 매 순간 감동스럽게 느껴진다. 수백 년 세월을 입은 문화재급의 불상들도 물론 아름답지만 한 재일동포 공양주의 순정한 발심으로 세워진 이 각원사의 대불 역시 거대한 그 크기만큼이나 묵중한 감동을 선사한다. 감개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섰자니 내 맘 속에 부처님의 말씀이 조용히 들려온다. 콩 튀듯 팥 튀듯 살아가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 하나 없으니 지동지서(之東之西) 네 삶이 참으로 고단쿠나. 적연부동(寂然不動)하여 네 맘의 참소리(正音)를 들으려므나. 네가 그리 찾아 헤맨 천국의 하나님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네 안에 바로 네가 품은 참나 안에 계시잖더냐.
자투리
2011-09-20 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