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이, 선산에 들다
열두 살, 말티즈 잡종
동생과 함께 십여 년을 동락한 하얀이가
장마 뒤의 햇살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하늘로 갔다.
순백의 빛깔만큼이나 순하디 순하고 착하기 그지없던 덕구(德狗) 중의 덕구.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와 어머니도 그 착한 성품 하나만큼은 인정했던 녀석.
인두겁을 뒤집어쓴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개가죽을 쓴 천사로 와서 불변의 사랑을 가르쳐 주고 간 참 생명 하얀이.
동생은 하얀이를 아버지와 본가의 어른들이 영면하고 있는 선산에 묻었다.
봄 가을, 먼저 간 어른들을 뵈러 갈 때마다 우리는 하얀이의 무덤에 들러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눈보다 더 하얀 마음을 추억할 것이다.
2010. 9. 동생 내외와 하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