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직립하다
직립한다는 것 말고는 이롭지도 의롭지도 않게 사는
개보다 못한 인생이 얼마나 많은가.
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만나는 이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이롭고 의로운 중생이자 직립의 존재이다.
그 옛날 누군가 조주에게 이리 물었다지.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조주 왈, 無
사람과 짐승을 가르는 좀스런 분별심과 차별심에서 놓여날 때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는 뜻이리라.
직립의 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얼마나 이롭고도 의로운 중생인가?
육신만 직립한 채 정신은 아직도 땅만 기고 있는
'개만도 못한' 허깨비가 바로 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