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로 돌아온 아내
이 사진 속의 장면을 담는 동안 내 속에 차오른 느꺼움을 그 누가 알랴.
아내는 실로 먼 길을 에돌아서 나와 아이들 곁으로 온전히 돌아왔다.
2년 전, 이 길에서 아내는 팔순의 노파보다도 훨씬 기력이 없어 보였다.
채 몇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주저앉으며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생기와 웃음이 사라져버린 아내의 어둔 얼굴은 나와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그늘지게 했다.
그렇게 생의 모든 의욕을 망실한 아내는 우리들에게서 한없이 멀어져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랜 장마의 먹장구름조차 해를 영원히 가릴 수 없듯이
아내는 마침내 우울의 구름을 뚫고 나와 자신의 참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적당한 온기를 지닌 따스한 햇살에 눅눅했던 아이들의 마음이 금세 보송보송해졌다.
내 마음 곳곳에 피어났던 비탄과 절망의 곰팡이도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다시 돌아온 아내는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베르그송의 말이 아니더라도 삶을 지속한다는 것은 순간순간 새로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온전한 새사람,
집안을 비추는 해가 되어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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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해의 어원론적 해석은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뜻으로 한정해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2011. 7. 23 부락산 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