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哲不知) 가장 비극적인 죽음은 무엇인가?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을 수도 있고 이번 홍수로 인한 산사태처럼 비운의 재액에 걸려 비명에 갈 수도 있다. 또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보다 더욱 비극적인 최후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철부지로 죽는 것이다. 저마다 이건 내 이야기는 아니다 싶겠지만 우리들 열에 아홉은 철부지로 죽는다. 나이만 먹는다고 누구나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철을 모르고 나이만 먹으면 그는 다만 철부지 늙은이일 뿐 지혜와 인덕을 갖춘 어른(尊長)은 결코 아닌 것이다. 철(哲)은 무엇인가? 사전의 정의대로 보자면 그것은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다. 철은 단순히 책이나 반쪽 짜리 인생의 경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짓 없는 눈으로 나를 바로 보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세상 모든 지식을 구족한 이도 나를 모르면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일 뿐이다. 반면 아무런 배움 없이 평생 저자를 굴렀어도 나를 아는 이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다. 나를 알려는 노력 없이 어찌 철이 들 수 있는가. 석가도 공자도 귀일(歸一)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알기 위해 애쓴 철인이 아니었던가. 자신들 스스로가 후인을 위한 길이 되고 어둔 세상의 진리가 되고 구원의 생명이 되려는 맘을 가진 이가 철든 이다. 돌아간 대통령의 무덤에 불이나 지르고 또다른 슬픔의 영혼이 안식하는 곳에는 인분을 끼얹고 노동자를 향한 연대의 자리에 몰려와 깽판이나 치는 노인들을 보고 있자니 분노보다는 연민의 마음이 앞선다. 난행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철부지 노인분들께 열반을 눈앞에 두었던 싯달타가 남긴 마지막 말씀을 들려 드리고 싶다. 욕심을 억제하고 자기 자신을 이기고 몸을 바르게 하고 뜻을 바르게 하고 말을 바르게 하고 분노를 버리며 탐욕을 버리고 .항.상 .죽.음.에 . 마.음.을 . 쓰.라.
자투리
2011-08-0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