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신공양(酵身供養)
몇 년째 매실을 부쳐오는 지리산 할배는 남들보다 수확이 한참이나 더디다.
잘 익은 매실이 만춘의 훈풍에 향내를 풍길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는 것이다.
택배상자를 여니 마트에서 파는 청매실과는 빛깔부터가 다른 녀석들이 한가득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이 육덕진 아이들을 찬물에 담가 정성스레 씻겼다.
물기를 내리려 베란다에 갖다 놓으니 온 집안에 매실 향기가 가득하다.
입 안에 절로 침이 고인다.
달포하고도 보름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숙성된 매실즙을 맛보았다.
녀석들이 제 몸을 우려내어 전해오는 그 향과 맛이 상상이 되시는가?
코끝에 전해오는 달고 청신한 매향을 음미하며 생각에 젖는다.
나는 오늘 내 몸과 맘을 우려 어떤 향과 맛을 만들었나?
매실 소저(小姐)의 효신(酵身) 공양에 무명 범부의
어둑했던 심안이 일순간 번쩍 뜨이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