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부처
언제부턴가 아이들과 함께 뉴스를 볼 수가 없다.
미움이 낳은 참극의 아비지옥이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19禁의 영화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인종의 차이가 또 종교와 사상의 다름이
남을 그토록 미워하고 없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피를 담은 가죽부대의 빛깔 따위가 무에 그리 중요한가?
종교란 고작해야 하느님께 이르는 방편적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사랑을 잃고 분별심에 기댄 사상은 이미 죽은 사상이 아니던가?
아만(我慢)의 독단이, 썩은 종교가, 서푼어치도 못 되는 이데올로기가
사람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
분별의 마음을 충동질하고 진에의 불구덩이를 풀무질한다.
오래전 승조는 이렇게 말하였다.
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천지가 나와 한 뿌리요,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
아내가 간식으로 내온 옥수수에서 만물에 깃든 하느님의 뜻을 본다.
백인과 흑인, 홍인과 황인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배척함이 없이
일심(一心)을 이루는 천국의 이치를 이 옥수수가 말없이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무차별의 진리성을 체현한 옥수수여,
그대는 이미 부처다. 말 없는 말씀을 설하는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