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아버지가 나에게 유산처럼 물려준 것 중의 하나, 자전거 타기 나는 덕분에 중고생 6년 동안 내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두근두근 첫사랑도 내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보았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많지 않았다 술에 취한 채 아버지는 자전거에 이끌려 겨우 집에 돌아오셨다 어머니가 앞길을 열고, 아버지는 그 뒤를 따랐다 지나치는, 일면식도 없는 어르신의 지나침에서 아버지의 오래 된 자전거를 본다 생애 딱 두 번쯤인가, 그 뒤에 어머니를 태우고 장터에 나가시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린다. 지루한 장마, 물비린내 속에서 나는 아버지의 땀냄새와 배추를 절이다 만 손으로 내 입에 보드라운 배추속 하나 물어넣어주시던 어머니의 짠 손맛이 가슴을 죈다 그런데 나는 그러나 나는 나의 아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주지 못했다
태양을마중나간수탉
2011-07-12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