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아버지가 나에게 유산처럼 물려준 것 중의 하나, 자전거 타기
나는 덕분에 중고생 6년 동안 내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두근두근 첫사랑도 내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보았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많지 않았다
술에 취한 채 아버지는 자전거에 이끌려 겨우 집에 돌아오셨다
어머니가 앞길을 열고, 아버지는 그 뒤를 따랐다
지나치는, 일면식도 없는 어르신의 지나침에서
아버지의 오래 된 자전거를 본다
생애 딱 두 번쯤인가, 그 뒤에 어머니를 태우고 장터에 나가시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린다.
지루한 장마, 물비린내 속에서 나는 아버지의 땀냄새와
배추를 절이다 만 손으로 내 입에 보드라운 배추속 하나 물어넣어주시던
어머니의 짠 손맛이 가슴을 죈다
그런데 나는
그러나 나는 나의 아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주지 못했다